쓰고 싶어 끄적끄적

시상에,,,아직 애기인줄 알았는데 다 커버렸네.

청주댁 2006. 8. 18. 00:25
 

방학이라고 해도 오전부터 큰 녀석은 영어 학원으로, 작은 녀석은 학교 컴퓨터 교실로 직행이다. 

방학중만이라도 놀리면 좋겠으나 그 녀석들 라이프 스타일을 보건데 오전 내내 세월아 내월아

컴퓨터 오락에 빠질 것이 뻔한지라 방학같지 않은 방학을 만들어 주어 미안한 마음은 드나  

그냥 그런 못된 엄마가 되기로 해버렸다.

  

작은 녀석 컴퓨터 학습중 다음에서 한메일 만들기 숙제가 있었나 보다. 

전날부터 아이디와 비밀번호 만들어 달라며 하도 조르기에 내 것 비스무리한 것 적어 보냈더니, 

학교 컴퓨터는 보안인지 뭔지가 잡혀 있어서 등록이 안된다며 숙제로 해오라고 집으로 보내 주셨다. 

 

그래서 집에서 회원가입을 하려고 보니 보호자(부모) 주민등록번호도 입력해야 하고

내 핸드폰으로 인증 번호도 날라오고 여간 복잡한 것이 아니다. 

이리저리해서 만들어 주고 나서 메일 개정 축하한다고 메일을 보내니, 

녀석도 '엄마 고맙습니다, 오래 오래 사세요.' 라는 아양 멘트를 덧붙여 답장을 보냈다. 

 

둘이서 이렇게 알콩달콩 서재에서 속닥속닥 거렸더니, 

큰 녀석이 샘이 나서 무슨 일인가 염탐하러 왔다가 동생만 메일 만들어 준 것 보고 난리가 났다. 

그래서 큰 녀석도 여러 문자를 조합하여 아이디를 만들어 주고 지존이라는 닉네임도 만들어 주었다. 

그날 저녁 늦게 한메일 확인을 하는데 떡하니 지존이란 이름으로 메일이 와 있는 것이 아닌가?

 

짜아식,,,  

그래도 이메일 주소를 만들었다고 금방 편지를 보냈구나, 기특해하며

내용은 그저 작은 녀석처럼 엄마 사랑해요, 오래 사세요 등의 그저 또래 아동의 흔한 레퍼토리로 생각을 했는데

글을 읽고 깜짝 놀라서 이렇게 블로그에 올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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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교덕과 전쟁...
보낸날짜 | 2006년 8월 16일 수요일, 오후 21시 23분 19초 +0900
보낸이 | "지존"    수신거부 | 주소록추가 | 수신허용목록 추가  | SMS
받는이 | "이쁜 엄마"  주소록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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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윤교덕이 나를 짐승처럼 팬다.

내가 핸드폰의 배경을 웃긴 걸로 바꾸면 짐승처럼 달려든다.

엄마, 이런 윤교덕에게 무슨 문제가 생긴건 아닐까요?


얼마 전에  바꾼 핸드폰이 예전 것과 다른 카메라가 달린 기종이라 

중간 중간 아이들 장난치는 모습이나 특이한 모습을 찍어 저장을 해 놓았는데 

두 녀석들이 심심하면 메인화면을 상대방이 이상하게 나온 사진으로 바꾸어 놓는다.

  

큰 녀석이 동생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핸펀 메인으로 올려 놓을라 치면 

작은 녀석이 절대 안지고 형에게 따지며 토닥토닥 하더니만 이 일을 메일로 보낸 것이었다. 

 

자식 자랑은 팔불출이라지만 

그래도 초등학교 2학년이 쓴 글 치곤 너무 어른스러워 깜짝 놀랐다. 

특별히 잘 쓴 글은 더더욱 아니지만, 

가까운 시기에 받은 글이 5월 어버이날 편지인데 그때보다도 훨 커 버린 느낌이 팍팍 풍긴다. 

 

남들 결혼식이나 드라마,영화의 결혼식 장면을 보면 신부와 친정부모 우는 것 보면 같이 따라 울곤 했는데, 

요즘은 수년 후에 녀석들이 짝을 만나 내 곁을 떠난다는 생각을 하면 괜시리 눈물이 난다.

워낙 눈물이 많은지라 당연히 그런 상황이 올 것이 확실하기에  

'저 엄마, 며느리에게 아들 뺏겼다고 우나 보다.' 라는 사람들 구설수에 오를 수도 있겠으나 

하루하루 다르게 부쩍부쩍 커가는 아이들을 보며 기쁜 마음 반, 떠나 보낼 서운한 마음이 반반이다.

 

울 동네 이비인후과, 소아과 선생님들, 대진 의사 모셔 놓고  

캐나다에 미국에 1년씩, 혹은 어학연수 가 있는 아이와 부인을 보러 방학 중 출타중이신데 

내가 능력이 안되어 가족 모두 떠나지도 못하고 아이들 방학 때 유행처럼 보내는 해외 어학연수 한번 못 보내서 

미안한 생각과 부러운 생각이 들다가도 어차피 20~30년쯤 후 먼 미래에는 지 둥지 가꿔 떠날 녀석들인지라 

그동안이라도 품 안에 꼬옥 부둥껴 안고 사는 것이 더 큰 복이 아닌가 싶다. 

 

어느새 훌쩍 커버린 녀석들, 

항상 아름다운 추억을 많이 간직하며 건강하게 성장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 엄마의 작은 소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