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프로그램에서 언뜻 보았던 치킨맨,
배달 와서 그 집 아이들과 기념 촬영도 하고 아뭏든 번뜩이는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주위에서 본 적이 없어 그 이후 잊혀졌는데 저번주 지하 1층에서 엘리베이터 기다리다가
기절초풍했다.
지하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갑자기 모여라 꿈동산에나 나올 법한 커다란 치킨 한마리가
떡하니 들어 앉아 있는데 순간 놀랬다가 터져 나오는 웃음에 상대방 곤란할까봐 고개를
얼른 숙였다.
추운 날씨에 오토바이로 배달하시느라 겨울이 참 힘드실텐데 그래도 따뜻한 털가면과 옷으로
중무장하셨으니 찌는 여름보단 훨 배달이 수월하시리라 본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는건데 뭔 살이 꼈는지 웃음이 계속 나와 너무 죄송하고 혹 오해하실까봐
뒤에서 고개 숙이고 있다 우리 층에 도착해서 얼른 내렸는데 몇 층 아이들인지 참 즐거운 시간
을 보냈으리라 여겨진다.
우리 동네에도 있다는 것을 알고 언제 기회가 되면 주문해야 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지난 금요일
우체국 가려고 점심시간에 잠시 외출을 했다.
신호 대기중인데 교차로 건너 맞은 편 도로에 알록달록 큰 물체가 보인다.
그것도 한마리도 아니고 두마리나.......
엘리베이터에서 본 것도 흔한 일이 아니라 아이들한테 치킨맨 봤다고 자랑했는데,
대로변에서 한분도 아니고 쌍으로 만나는 영광을 누리다니........
나의 손은 대뇌가 모든 상황을 인식하기 한참 전 이미 디카를 쥐고 있었고, 이미 그들을 내 것으
로 만들었다.
추운 날씨에 굴하지 않고 열심히 사는 그들의 모습이 참 아름답다.
나도 그들처럼 타인에게 즐거움과 도움을 주는 인간이고 싶은데 아직은 내 새끼 끌어안기 바쁜
평범한 엄마일 뿐이다.
몇년 전 대학교 은사님께서 임종 후 현금 1억을 대학에 기증하고 본인의 몸 또한 의대 실습용으로
기증하셨다. 쉬운 일이 아닐진대 가족들도 고인의 뜻을 받들어 뜻하시는 일이 모두 이루어졌다.
치킨맨에서 시신기증 얘기까지 끌어내는 나의 엉뚱함에 나도 참 기가 차다.
요즘 운전을 하다 신호대기중 잠깐씩 시신 기증은 어렵더라도 각막이나 장기등의 기증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하게 된다. 어차피 썩어 없어질 몸이고 화장을 한다면 타서 한 줌 재로 남을진데 그
일부분을 꼭 필요한 누군가를 위해 사심없이 주는 것이야 말로 이 세상에 태어나 할 수 있는 가장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그 생각에 꼬리를 물어 이어지는 잔상들,
나중에 지옥을 가든 천당을 가든 사후 세계에서 안구를 기증해 앞이 안보이면 어떡하지 라는
정말 쓸데없는 생각들...... 그래서 난 오늘도 어떠한 결론도 못 내리고 그냥 산다.
장기 기증이나 시신 기증등의 고귀한 행동은 아니더라도 치킨맨 아저씨처럼 본인의 일을 하며
배달에서 우리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듯 나 역시 내가 하는 일이나 가족을 위해 준비하는
여러 잡다한 일(ex.요리,여행....)에서 그들에게 웃음과 행복을 선물한다면 의미없이 세상을
살다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소재거리를 주신 사장님께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자 특별히 광고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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