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동안 열심히 런던의 구석구석을 살핀후 저녁 예비소집에서 대한민국 여권을 가진 남자를
만났다. 동갑내기 어학연수생이었다. 영어가 짧은 나로는 천군만마와 다름없었다.
결국 여행과 더불어 영어회화까지 노리고 갔던 계획은 민호 덕분에 무참히 깨졌다.
버스안, 여행지마다 붙어 다니며 실컷 한국말 쓰며 다녔고 여행 마지막 지역인 암스테르담에서
외국애들 피곤해서 버스안에서 졸때 조차 줄기차게 한국말로 쩌렁쩌렁 대화해서 그들이 어딜
가도 한글의 우수성을 알게끔 했다. 참, 국가 부르는 시간도 있어 버스안에서 애국가도 불렀다.
아침 일찍 호텔앞에서 모여 오색찬란한 컨티키 전용 코치를 타고 프랑스를 향해 출발했다.
페리를 타고 도버해협을 건너는데 버스 탄 채로 그대로 페리에 올랐고 내리라고 해서 내려 보니
페리 아래칸이었다. 멀미가 심한 편이라 민호와 얼굴 익힌 일본여자 아이들과 함께 갑판으로
올랐다.
일본여자 아이들은 4명이었다. 여행 마지막까지 나의 룸메이트였던 내쇼날사의 아즈꼬,동경대
학생이던 마키꼬, 미국에서 어학연수중이던 메구미,치쿠미 자매인데 지금은 연락이 되질 않는다.
민호도 그렇고 네명 모두 찾아 연락하는 것이 블로그 정리 후의 나의 과제이다.
암스테르담에서 민호,메구미,마키꼬,치쿠미,헤어질때 엄청 우는 나
룸메이트인 아즈꼬와 함께
(내 얼굴이 큰게 아니라 아즈꼬 얼굴이 거짓말 안 보태고 씨디 반이다.)
파리에 도착해 호텔에 짐을 풀고 늦은 점심을 먹었다.
메뉴가 닭고기라 하더니 아닌 이건 왠 씨츄에이션~~~~~~~~
커다란 접시에 통통한 닭다리 하나 떡하니 자리잡고 나왔다.
개인적으로 8년이 지난 지금도 닭고기,특히 백숙같이 흰 살이 native하게 들어 나는 것은 절대
먹질 않는데 그것이 떡하니 나온 것이다.
(추가로 왜 안 먹는지에 대한 부연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어린 시절(6~7세) 집에서 할아버지께
서 취미로 닭을 키우셨고 나 또한 키우며 먹으며 잘 살았는데 어느날 아침 커다란 암탉이 사체로
발견되었다. 밤새 쥐에 뜯긴 채로..........그 이후 절대 닭 안 먹는다. 닭냄새만 맡아도 사고쳤다.
그러던 어느날 10여년이 흘러 88년 올림픽이 있던 그 해, 하도 맛있다고 부추기던 단짝의 권유로
양념통닭을 입에 댔고 닭도리탕과 일부 통닭은 먹지만 아직까지도 백숙은 못 먹는다.
당연히 삼계탕도............. 그래서 난 내 평생 삼계탕을 먹어 본 기억이 없다.)
하지만 이날 그래도 백숙보다는 겉이 노르스름한 통닭류에 가까웠고 허기진 배를 채울수 밖에
없어 준비해간 비장의 고추장을 자랑스럽게 꺼내 놓고 앞뒤에 발라 뜯어 먹으려 하는데
아니 이건 또 무슨 씨츄에이션~~~~~~~~~~~~~~~~~~~~~~
백인친구들 모두 왼손에는 나이프,오른손에는 포크들고 돈까스,스테이크 먹듯 조신하게 먹고들
있다.그 상황에서 차마 이 대한의 딸이 맨손으로 닭다리를 뜯는다는 것은 국가적 망신이었다.
그래서 고생고생 겨우 칼질해서 닭다리 하나 먹었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닭다리를
포크와 나이프 들고 먹을 일은 없었음 한다.
우리의 파리투어는 해가 지고 나서야 시작되었다. 호텔에서 정리할 것이 꽤 많았다.
각 나라에서 추가로 즐길 옵션을 선택하고 그에 맞게 비용을 지불했다. 난 뭐가 뭔지를 몰라
모두 신청했는데 파리에서 환타지쇼(비바쇼)를 봤고 암스테르담에서도 환타지쇼가 있어 당연히
같은 걸로 알고 갔는데 극장이 위치한 곳이 양쪽에 붉은 가로등이 있는 길 이었다
눈치 빠르신 분들과 진한 글씨에 내포된 의미를 아시는 분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환타지쇼는
프랑스와 절대 다름을 인지하시고 나처럼 편하게 갔다 중간에 뛰쳐 나오다 직원에게 저지 당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사족이 길어졌는데 코치를 타고 샹젤리제거리,개선문등 여러 곳을 다녔다. 확실히 야경이 아름
다운 것이 다음날 낮의 감흥은 전날 저녁에 비할 것이 못됐다.
에펠탑 올라가는 것(엘리베이터) 역시 옵션이었다. 2층,3층, 몇 층까지 있었나 기억이 잘 안나지
만 각각 요금이 다 달랐고 언제 또 와보나 싶어 꼭대기 전망대까지 가는 코스로 신청했다.
꼭대기 가면 다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 부분은 신청안했고 나중에 내려와
보니 밑에서 다 기다리고 있었다.
솔직히 바람이 쎄서 무척 추운 관계로 관광이고 뭐고 빨리 내려오고 싶었지만 그래도 안 올라가
봤으면 지금 꽤 후회할 듯 싶어 돈 쓴 것 후회 안된다.
에펠탑
바스티유광장의 7월 혁명기념탑(이 탑 밑에 1830년 7월 혁명때 희생된 사람들의 유해가 있다.)
다음날 아침부터
노틀담 대성당( 나폴레옹 대관식이 이곳에서 행해졌다. 루브르 박물관 가서 그림 찍어 왔음.)
내부의 스테인드 글라스
피에타
앵발리드(군사박물관, 나폴레옹의 무덤이 있다.)
나폴레옹 상
나폴레옹 무덤
퐁네프 다리
개선문에 오자 코치에서 모두 내려서 기념 촬영을 했다.
가이드가 5시까지 알아서들 관광하고 오르세 미술관 앞으로 모이란다.
외국 나가 보면 한국,일본 사람 만큼 사진 찍기 좋아하는 인종 없다더니 셋이서 이 포즈 저 포즈
찍고 보니 일행이 모두 사라졌다.
긴 시간도 아니었는데 빨리도 갔다는 생각만 하고 부지런히 샹젤리제 거리를 따라 내려갔으나
그들을 찾을 수 없었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그들은 개선문 바로 아래 지하로 간 것이었다.
메트로(파리 지하철)를 타고 직접 루브르박물관으로 간 것인데 그것도 모르고 일행 찾는다고
점심도 못 먹고 부지런히 쫓아 갔으니 ................................
덕분에 다른 친구들은 그냥 스쳤던 샹젤리제 거리와 콩코르드광장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기
념해 만든 건물 3가지 모두를 차안에서가 아닌 직접 발로 디디며 볼 수 있었다.
(그랑팔레, 프티팔레, 알렉상드르 3세 다리)
문제는 터졌다. 알렉상드르 3세 다리에서 길을 잃은 것이다.
루브르 관람은 커녕 찾아가는게 걱정이었다. 겨우 프랑스 아줌마 한분 불러 세워 물어 보는데
나의 콩글리쉬 발음으로도, 아즈꼬의 비즈니스 발음으로도,민호의 어학연수 발음으로도
그녀는 루브르를 알아 듣지 못했다. 루브루/ 루부/ 루브 뮤지엄,.....................
여행가이드책에서 모나리자를 보여 주자 그제서야 알아 듣고 가르쳐 주는데 그녀가 "아" 하며
외쳤던 루브르의 불어 발음은 전혀 기억이 안 나고 작년에 프랑스 유학 다녀온 사람에게 이
이야기를 해주며 발음을 해 보라고 시켰건만 그 발음 또한 기억이 나질 않는다.
파라솔을 포함,겨우 단어 몇개 밖에 아는 게 없는 불어 문외한인지라 먼 훗날 불어를 배우게 된다
면 멋드러지게 루브르를 불어로 말해 보고 싶다.
개선문
샹젤리제 거리에서
그랑팔레
프티팔레
콩코르드 광장
알렉상드르 3세 다리
카루젤 개선문(나폴레옹의 전쟁승리를 기념해 만듬, 작은 개선문이라고 한다.)
루브르 박물관
밀로의 비너스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다비드의 나폴레옹 1세의 대관식
폴 베로네세의 가나의 혼인 잔치
루이14세 초상화
?
오르세 미술관
소장된 그림들
고호의 자화상
르느와르의 물랭 드 라 걀레트
밀레의 만종
밀레의 이삭줍기
로댕미술관
생각하는 사람
생각하는 승이
파리에서 저녁식사때 난생 처음 달팽이를 먹어 봤고 차마 용기가 없어 주문하지 못한 개구리
뒷다리는 마끼꼬의 것을 하나 쓸쩍 했다. 역시나 내가 싫어하는 닭고기맛이었다.
야밤에 환타지쇼를 보러 갔는데 제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을 보면 독일군들이
술을 마시며 보는 극장쇼와 똑같았다.
캉캉춤, 플라밍고, 키가 175cm 가량 되는 10명이상의 아름다운 무희들이 가슴을 드러내고
아래부분만 가린 채 쇼를 하는데 그 모습이 전혀 야하거나 외설적이지 않았고 오히려 그들의
뽀얀 피부가 무척 부러웠다.
작년인가 케이블쇼에서 프랑스 극장쇼를 우연히 보게 됐는데 마지막에 모든 출연자가 나와서
비바비바를 반복하며 화이날을 장식했고 자막으로 비바쇼라 떠서 내가 본 것도 역시 비바쇼가
아니었나 생각하며 살고 있다.
(잘 아시는 분 있으시면 의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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