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싶어 끄적끄적

드뎌 네비게이션을 사다.

청주댁 2005. 11. 8. 22:54

 

셜머님이 11월말에 성남에서 연주회를 하신다기에 과거 음악을 좋아했던 한사람으로

 

계속 달력만 쳐다보며 궁리중이다.

 

94년에(96년 같기도 하고) 세종문화회관에서 이무지치 실내악단 내한하여 사계 연주하는 것

 

관람한 후론 돈 벌고 애 키우느라 바쁘다 보니 이렇다 할 공연 관람 기억이 없는데 음악연주의

 

백미인 오케스트라 연주회니 마음이 땡기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성남에서 한참 떨어진 충청북도 청주에서 성남, 그것도 연주회 장소까지 어떻게 갈 생각을

 

하고 용감하게 지르려고 하는지.............  이유는 이제 나도 네비게이션 오너이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싸면 일단 사고 보는 나와 아무리 싸도 지갑을 열지 않는 신랑이 만난 우리 부부는

 

금전적인 면에서는 내가 인정하는 천생연분이다.

 

간혹 가다 상설할인매장가서 옷을 반가격에 사와도 일단 돈 만원을 초과하면 비싸다는 사람이

 

바로 내 신랑이다. 예를 들어 제일모직 상설매장에서 반가격도 아닌 단돈 삼만원에 노란색 사파리를

 

사왔다. 이 옷은 사실 한달전에 정상가 이십오만원 넘는 것을 오만원에 떨이하는 것을 하도 싸서

 

그냥 아무 생각없이 사다가 막내 동생한테 기증했던 옷이다.

 

 

그런데 얼마나 재고가 많았는지, 아님 마지막 몇장 남은 것 처분하려는지 (후자가 옳을 듯) 

 

오만원에 산 것도 억울하게 단돈 삼만원에 잠바도 아닌 사파리를 판매하는 것이었다.

 

그냥 사왔다. 사실 색깔이 노랑이라 신랑이 입기에는 좀 튄다 싶었지만 등산을 갈때 입든지 아뭏든

 

필요할때가 꼭 있을 것 같아 사온 것이다.(사실은 값이 너무 싸서 나도 모르게 요즘 신세대 언어로 질렀다.

 

신랑 읽을까봐 쓰는 변명성 멘트이다.  아!  난 너무 솔직해.)

 

 

그런데 울 신랑 왈  옷값은 만원 넘으면 바가지란다. 워낙 이 얘기는 신혼초부터 8년 내내 쭈욱 들은

 

얘기라 까무라칠 정도는 아니었으나 처음 들었을때는 세일할때 옷을 사서 나름대로 절약하며 살림하려는

 

마누라 노고도 몰라주는 것 같아 괘씸했는데 이게 왠일!!!

 

만원 안 넘는 옷이 어디 있냐고 큰 소리 떵떵치며 앞으로 당신이 옷 사입으라고 핀잔을 줬는데

 

이마트 갔더니 정말 와이셔츠9900원,청바지 9900원짜리가 있던 것이었다.(물론 재고지만 어때?) 

 

 

아이옷도 돌아가는 상황을 몰라 매장 가서 비싼 돈 주고 사 입히고 양말도 알록달록 이쁜 것

 

이마트에서 3000원 하는 것 사신겼더니만 신탄진 장날에 가니 천원에 두장이다.

 

솔직히 색은 칙칙할지언정 나름대로 그 당시 유행하던 포켓몬스터의 피카츄와 꼬부기가 그려 있는

 

양말을 고르느라 장날 시장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만원에 20장 고르고 1장 써비스 달랬다가

 

주인 아줌마한테 눈 흘킴을 당했지만 우리 애들 4,5,6세 시절 2,3년 양말 걱정없이 잘 지냈다.

 

 

신용카드 하나 없는 알뜰한 신랑 덕분으로 그나마  이렇게 돈에 쪼들리지 않고 살아가는것 같다.

 

요즘 같이 아이들 먹는 것  대주기도 정신없을 때 딴집 남자들처럼  골프에 담배에 쇼핑까지 했다면

 

정말 우리집 거덜났을 것이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동생한테 인심은 썼지만 가계부상으로는 오만원 마이너스고 집에 걸려만 있는

 

삼만원 준 사파리도 마이너스는 마찬가지다.

 

결국 내가 괜한 돈 쓴 것이다. 신랑이 옳았다.

 

 

쓰다보니 네비게이션하고는 동떨어져 집안얘기와 신랑자랑만 널어 놓게 됐는데  배경이 되는

 

이야기를 하고 넘어가야 오죽했으면 찡한 짠돌이가 이 비싼 네비게이션을 사는데 동의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신랑은 길치이다. 내가 길에 밝다고는 안하겠다. 나보다는 어둡기에 길치라 하는 수 밖에......

 

두 부부가 맞벌이고 과거 수년간 시댁식구들 토욜밤 10시에 우리집에서 모이고 일요일 아침은

 

효자신랑 혼자라도 시댁에 들어가 아침을 먹는 생활이 지속되고 나 역시 점심에는 합류하게 되는

 

솔직히 우리 가족만의 시간은 없는 생활을 했기에 일년에 한 두번 일요일 당일치기로 서해나 동해로

 

바다보러 가는 것이 큰 여행이었다. 오죽하면 팬션에서 자보는게 소원일까?

 

(그래서 솔직히 약올라 줄기차게 해외를 고집했다. 이왕 가는것 굵직하게 놀자고....)

 

 

이렇다보니 아무리 홈쇼핑에서 마지막 기회 어쩌구 저쩌구 해도 여행도 잘 안다니는데 뭔 필요가

 

있나 싶어 구매를 자제했는데 필리핀에서 귀국해 인천공항에서 집으로 오다 쌩쑈를 한 것이다.

 

 

신랑의 휴가가 딱 3일이라 더 내보라고 부추겨도 남한테 절대 아쉬운 소리 안하는 사람이라

 

이 일정에 맞추어 여행상품을 찾다보니, 필리핀쪽만 유독 토요일 밤 늦게 뱅기가 떠서 수요일날

 

밤9시에 귀국하는 일정이라 월,화,수 3일만 휴가를 내고도 4박5일 여행을 가는 상품이었다.

 

 

사실 토요일도 저녁 7시까지 근무라 제발 2시간 정도만 일찍 나오라고 졸라서 겨우 여행을 가게

 

되었다. 귀국해서 목요일날 바로 출근을 해야 하는데 뱅기가 밤 9시 도착이라 세관에서 지체하다가는

 

막차(청주행 리무진은 10시가 막차)를 놓칠수 있어 그냥 자가용을 끌고 가기로 했다.

 

 

초행길이라 몇일전부터 한국도로공사에 들어가 최단거리와 실시간 교통 흐름을 보며 행여 차가 밀려서

 

뱅기 시간 놓칠까봐 열심히 그림과 도표까지 준비한 관계로 무사히 인천공항에 여유롭게 도착했고

 

즐거운 휴가를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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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ww.resorttour.com 여행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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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귀국이다. 우산도 안 갖고 갔는데 비행기 착륙하는 동안 밖을 내다보니

 

활주로가 흠뻑 젖어 있다. 장대비가 온다.

 

할 수 없이 신랑이 신문지 뒤집어 쓰고 공항주차장에 파킹해 놓은 차를 가지고 와서

 

아들들과 자가용에 탔다.  9시 40분정도로 기억한다.

 

이제 두어시간  정도 가면 집에 가서 편한 잠을 잘 수 있던 것이었다.

 

 

영종대교를 건너는데 비가 장난이 아니다.

 

와이퍼를 최대로 해 놓아야 할 정도로 무지막지하게 오는 오랜만의 장대비였다.  

 

30분을 달린 후 낯익은 지명의 이정표가 보이는데 아무래도 공항 갈때 스쳐 지나간 I.C.명이다.  

 

순간 저쪽으로 우회전해야  되지 않나 싶었는데 신랑은 곧장 간다.

 

조심스레 여기 맞아? 물어보니 공항 갈때 일산 이정표 봤는데 방금전 일산 몇km 이정표 봤다고

 

맞다고 한다.

 

 

일산 이정표를 보고 따라가니 불안해진다.

 

분명 그냥 지나쳐야 하는 일산인데 건물의 불빛이 예사롭지 않다. 일산 시내로 들어온 것이다.  

 

말로만 듣고  TV에서만 보던 일산에......

 

 

비라도 안 왔으면 덜 했을텐데 장대비에 길가는 행인도 없었고 근처 주유소에서

 

가까운 톨게이트에 길을 물으니 아르바이트생이라 잘 모른단다.

 

일단 다시 도로로 나가니 신랑 회심의 미소,    I.C.이정표 봤단다.

 

 

그런데 그후론 통 표시라곤 없다. 큰 길이 나오길래 쭈욱 가다보니 옆에 차들 고속으로 달리고

 

이제 드디어 고속도로로 다시 진입하나 보다 했다. 그런데 자랑이 아니라 내가 길눈이 좀 있다.

 

어디서 본 곳 같은 느낌이 나더니만 다시 일산시내로  들어온 것이다.

 

일산 한바퀴 빙빙 돌아서 아까 바로 그 장소로.....

 

이제 슬슬 야마가 돈다. 운전하는 신랑속이야 더 탔겠지만 한국사회에선 그래도 싸나이 아닌가?

 

길 하나 제대로 못 찾아 가족들을 집으로 못 데려다 주다니..................... 

 

 

뱅뱅 돌다 고가다리옆 꽤 큰 SK주유소가 보인다.

 

빙빙 돌다 앵꼬 날것 같아 불안한 예감에 기름넣고 길 묻자고 설득했다.

 

주유소 사장님께 물어보니 우리가 원한건 공항 올때 이용한 서해안 고속도로 코스인데

 

서울로 들어가서 빠지라고 앞에 있는 고가다리에서 어쩌구 저쩌구 하시는데 솔직히 잘 모르겠더라.

 

하지만 신랑이 잘 알아 듣는것 같아 더 묻지 않고 고가도로에 올라섰는데 내가 모르는 길이라

 

계속 불안이 지속.....................

 

표지판도 없이 쭈욱 가다보니 고양시라 써 있는데 이번에도 말로만 듣고 TV에서나 보던

 

고양시를 직접 방문한 것이었다.

 

 

뱅뱅 돌다 왔던 길 또 가고 정처없이 빗속에서 헤매다 어찌하다보니

 

이대 목동병원이 보인다. 서울은 맞나 보네.

 

비는 계속 오고 옆에 강이 있는데 아무래도 한강같다.

 

쭉 가다보니 그래도 아는 올림픽 어쩌구저쩌구 써 있다. 잠실에만 가면 어떻게 될 것 같다.

 

 

그 도로가 88도로인 것은 아니까 중부고속도로 타고 가면 되겠다 싶은데 잠실 가려면 지도상으로

 

동쪽으로 가는게 맞는데 내가 목동 위치를 정확하게 모르다 보니 지금 가는 길이 잠실쪽인지

 

반대쪽으로 가는 건지 통 알수 없어 답답한 처지에 할 수 없다 ,신랑 위신 깍이더라도

 

벌써 1시간 넘게 헤맨지라 아빠에게 SOS를 쳤다.

 

 

공항에서 전화는 드렸으나 도착 전화가 오질 않아 궁금해 하시던 차에 전화 받으신 아빠께

 

아직 서울이라 하니 왜 서울에 갔냐고 호통이시다.  마침 왼쪽으로 국회의사당이 보인다.

 

아빠 이 방향 맞아요? 맞단다.

 

그래서 안심하고 쭉 달리다 보니 오른쪽으로 강남표지판이 있는데 그냥 지나치고 잠실 가자고 했다.

 

 

비는 억수같이 쏟아지고 혹 강남 들어 갔다 헤매는 날엔 정말 두 부부 내일 출근이고 뭐고 없는

 

것이었다. 저 길로 빠지면 금방 갈 것이라는 아쉬움을 뒤로 한채  한참 달리다 보니 잠실철교에

 

88대교에 아뭏든 쭈욱 다리 많쟎수, 모두 지나 현대아산병원을 거쳐 간신히 톨게이트에서

 

광영스런 고속도로 통행카드를  발급받게 되었다.  이미 날 샜다.

 

새벽 12시XX분,  일산에서 고양시를 거쳐 잠실까지

 

무려 2시간 넘게 헤맨 것이다. 

 

 

길 헤맬까봐 두려워 내내 피곤해도 잠이 안 왔었는데  막상 톨게이트 지나고 나니 운전하는

 

신랑한테 미안해서라도 옆에서 미주알 고주알 떠들어 주어야 했는데 나도 모르게 잠이 곤히 들었고

 

깨면 미안해서 안 자는 척 해가며 골골하기를 지속하다 보니 어느새 천안이 보이고 드디어 서청주 I.C.에

 

도착하게 된 것이다.

 

아이들은 고양시부터 일찌감치 잠 들었다.

 

 

집에 오니 2시가 넘었고  짐정리고 뭐고 못 할줄 알았는데 차에서 눈을 붙여서인지(부쳐?) 

 

빨래거리와 선물,나머지 짐정리까지 다하고 4시 다되서 잔 걸로 기억한다.

 

 

그래도 아침에 지각안하고 다 무사히 출근했다.

 

그 날처럼 비가 야속한 날도 없었으리라!!! 

 

퇴근하고 밤에 딱 두마디했다. 

 

 

1.네비게이션 사자.

 

2.고속도로에서 안 졸렸어?      신랑 왈  "아니 솔직히 깜박 깜박 졸았어"

 

   시상에..................... 잘했으면 그날 우리 가족 황천길 갈 뻔 했다.

 

 

 

네비게이션 기능도 있지만 일부러 메모리 용량을 1G로 구매해 MP3역활을 톡톡히 해내는 XXXX

 

아! 그날 이 놈만 있었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