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월도 간 날은 내 평생 못 잊을 날이다.
전전날 생애 최대의 쌩쇼를 했기 때문이다.
초등시절 나보다도 치열이 고른대도 하나 둘씩 번쩍번쩍 이에 브릿지를 하는 아이들이 몇몇 있었다.
앞니에 새가 제법 떠 있던 나로서는 은근슬쩍 그 아이들이 부러웠고 넌지시 뉘 집 딸은 이에 보철공사중이라고
부모님께 말씀드려도 요지부동이신 어른들 사이에서 그냥 조용히 지낼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줄곳 내 치아는 못생겼다는 인식을 안고 살았고 심지어 대학 1학년때 친구와 라면을 먹고
혹 고춧가루가 끼었나 싶어 거울을 꺼내 입안을 살펴 보던 나에게 친구는 이 사이로 고춧가루 다 빠져 나갈텐데
뭘 살피느냐는 농담까지 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대학 4년때인지 졸업후인지 대학동기중 한명이 내 이가 참 고르고 이쁘다고 한다.
이 사람이 날 놀리나 싶어 그 자리에서는 내색을 안하고 참았는데 집에 와서 양치를 하다가
거울을 보니 이게 왠일!!! 정말 이가 똑 고르고 앞니에 있던 새가 하나도 없는 것이었다.
불과 몇년 사이에 이게 무슨 변화일까? 오리새끼가 백조가 된 것도 아닐테고...
나름대로의 결론은 난 사랑니를 뽑은 적이 없다.
가끔씩 안쪽에서 사랑니가 자라나오며 통증을 유발하였으나 그리 심한게 아니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양치질도 안쪽까지 꼼꼼하게 해서인지 충치가 되질 않아 그냥 두었는데
이것들이 자라나오면서 기존의 치아들을 밀어냈나보다.
덕분에 비싼 치아교정 없이 앞니 새가 뜬것이 감쪽같이 없어져 연예인 부럽지 않은 이쁜 치열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사랑니가 계속 자라나오며 밀어내는지 이제는 아래 중심치아 하나가 앞으로 삐져 나오기 시작한다.
때마침 우연히 친정아빠의 치아를 보게 됐는데 옛날 꽤 고른 치열을 가지고 계셨음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위아래 치열이 다 망가져 예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소위 말하는 뻐드렁니가 겁이 나서 치과를 방문했다. 이제라도 사랑니를 뽑아야 하는지,
진찰 결과 이런 저런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는데 결론은 치열은 항상 변하고,
지금 아랫니가 삐져 나오는 것도 진행형이란다.
이제라도 사랑니를 뽑아야 하나 별별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가는데 의사 선생님 왈,
입이 돌출이라 위아래 중심에서 4번째 치아 4개를 뽑고 브릿지를 해서 발치된 공간을 채워주면
치열도 고르게 되고 입이 나와서 뚱한 인상도 사라지고 볼살도 쪼옥 빠져 이뻐진단다.
그 이뻐진다는 말에 혹해서 이궁리 저궁리 해가며 나도 한번 교정이란 걸 해볼까 고심중이었는데
장장 2년을 철사매고 다니고도 모자라 안쪽에 유지장치를 2년가량 더 해야 한단다.
장장 4년 , 그때쯤이면 내 나이 마흔이 코앞인데 그 나이에 더 이뻐지면 뭐하고 못생기면 세상을 못 살아가나 싶어
마음을 접고 그냥 그냥 살아갔다.
완전히 잊었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우연히 인터넷에서 모 탤런트 아무개의 사진을 보게 되었다.
수술 전 후 사진이 올라왔는데 그 차이가 너무 확연해서 잠자고 있던 나의 미에 대한 욕망을 부채질 한 것이었다.
고민도 많이 하고 여기저기 알아보니 구약사님의 딸이 초등학교때 교정을 시작해서
중학생인 현재 교정이 다 끝났다고 한다.
물론 덧니 있는 것도 뽑고 4번째 위 아래 양쪽 치아도 뽑았고,
원래 브릿지라는것이 이렇게 멀쩡한 이를 뽑고 시작하는 것이라는 것을 이때 처음 알았다.
단순히 이에 철사만 동여 매고 있으면 되는건줄 알았는데...
다시 관심이 가다 보니 그 다음부터는 거울을 보면 옷매무새를 보는게 아니라
삐져나오는 아랫니만 보게 된다.
윗니도 삐져 나오시 시작하는것 같고, 이렇게 고심고심하다 드디어 결심을 했다.
멀쩡한 치아 4개를 뽑고서라도,
30이 넘은 아줌마가 아이들처럼 치아에 철사를 매고 다녀서 우스꽝스럽더라도 ,
내 부모가 못해준 치아교정... 이제는 내가 돈 벌어서 한다라는 오기까지 겹쳐서 작년 2004년 11월
드디어 치아에 본드붙이고 금속을 부착한 후 위 아래 모두 철사로 꽁꽁 붙드러 맸다.
그런데 신랑이 근처 치과선생님한테 이야기를 들었나보다. 자기 마누라같으면 안 시킨다고 하셨단다.
퇴근후 그것 꼭 해야겠냐고 따져 묻는데 더 늙어서 친정아빠 치열처럼 되면 나 정말 못 산다 라고
이런저런 이유를 대가며 확실한 나의 의지를 천명했다.
이왕하는 것 제대로 하려고 유명하신 선생님이 계신 서울의 모병원으로 1월에 올라갔다.
시술을 모두 마치고 집으로 오려고 전날 그 병원에서 입원하여 자게 됐는데
집을 떠나 혼자 있어 그러한지 자정무렵부터 두 아이들 생각에 눈물이 눈 앞을 가린다.
그때부터는 잠도 안오고 잠시 잠이 들었다가도 가위에 눌려서 자꾸 깨곤 한다.
결국에는 자는 것을 포기하고 병실밖으로 나오니 당직하시는 간호사선생님이 계신데 걱정이 되냐고 물으신다.
그렇다고, 시술 안하고 싶다고 하자 전에 왔던 환자들도 그랬지만 나중에는 다 이뻐져서 후회안한다고 다독이신다.
겨우 마음을 진정하여 병실로 돌아왔는데 다시 또 심장이 콩딱콩딱한다.
막판에는 시술을 받다가 신경을 잘못 건드려 마비 또는 저 세상으로 가는 생각까지 들고
아이들 어떡하나 싶은 생각에 병원에서 도망쳐서 첫 차타고 집에 갈 생각까지 나는데
의사선생님께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결국 아침에 뵙고 시술 못하겠다고 말씀드린후
죄송한 마음에 얼굴도 제대로 못들고 도망치듯 병원을 나와서 집으로 돌아왔다.
물론 치아에 꽁꽁 매어둔 브릿지도 제거하고서...
신랑이 반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하겠다고 올라가놓고 떠날 때 모습 그대로 돌아오니
병원 갈때의 뚱한 표정과는 반대로 안도의 표정을 신랑이 짓는다.
둘 사이에 흐르던 냉전의 기류도 없앨겸 바람도 쒤 겸 해서 겨울바다나 가자고 제안했고
그때 서해안에서 새조개가 한창이라고 해서 가족들과 나서게 되었다.
안면도를 바로 앞에 두고 좌회전을 해서 들어가면 나오는 곳이 간월도이다.
태조 이성계와 관련이 깊은 무학대사가 머무신 간월암에 들러 시주하면서 소원도 빌고,
(다시는 쓸데없는 짓 하지 않게 해주세용!!!! )
그 유명한 새조개 샤브샤브로 점심도 먹었다.
바람이 차서 움직이기가 수월치는 않았으나,
겨울바다의 시원함은 여름의 그것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세찬 바람에도 즐겁게 여행을 즐기는 아이들을 보니 뿌듯함이 밀려 온다.
간월암에서
나만 썬글라스, 나머지는 눈 부셔 표정관리 안됨.
나의 씨커먼스 천사들!!!!
아빠와 친구처럼 잘 노는 아이들,
세월 한참 흘러서도 지금처럼 가까우면 좋겠다.
밝은 표정의 아이들이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인물 괜찮고만,
그때는 왜 치아교정까지 할려고 했는지... 쯧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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