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괌 P.I.C. 결혼 10주년 기념

괌에서의 넷째날 에피소드 - 천신만고끝에 집에 돌아오기-

청주댁 2007. 3. 22. 19:30

2003년 호주 여행에서는 큰 아이 발가락이 찢어져 오밤중에 팔자에 없는 호주 아동병원 응급실로 달려가 애간장을 태우고,

 

재작년 필리핀 세부에서도 잘 놀고 아무 탈없이 돌아오다가 신랑이 길을 헤매서 엄청난 폭우속에 일산에서(여기서만 빙빙 세바퀴) 

 

잠실까지 수도권 일대를 다 헤매고 겨우 집으로 돌아오는 고초를 겪더니만 이번 괌 여행에는 네비게이션도 장만했겠다

 

아무 탈없이 무사히 돌아오리라고 예상했것만 이것도 나중에 추억이 될런지는 모르지만 아뭏든 이번 역시 바람 잘날 없는

 

여행이 되고 말았다.

 

 

 

정확한 시간은 기억이 나질 않으나 괌에서 인천으로 돌아오는 비행편은 3시 언저리와 증편기인 4시 반 타임으로 알고 있다.

  

호텔에서 12시에 체크 아웃하고 나와서 한밤중에 공항으로 이동하여 수속 밟고 기다렸다가 3시나 되서야 탑승을 하는

 

피곤한 여정이니 한시간이라도 일찍 비행기 좌석에 앉아 잠을 청해 보겠다는 계산으로 증편기를 선택하지 않았는데

 

결국은 증편기를 택했다면 아무런 걱정없이 수월하게 귀국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보딩을 끝내고 자리에 앉아 바퀴와 육지의 마찰을 분명히 느끼고 이제 괌을 뜨나 보다 싶었는데 이번에는  왠지 이륙하면서

 

느껴지는 귀의 멍멍함과 매쓰꺼움이 없어서 이제 나도 비행소녀(?)가 다 됐구나 하며 잠을 청했는데 잠시 후 기장의 멘트가 울린다.

  

레이디 앤 젠틀맨 어쩌구 저쩌구... 

 

약간의 기계 결함으로 한시간 정도 정비후 이륙한다나...

 

 

이미 자리에 앉아 잠을 청한 후라 비몽사몽간에 비행기가 늦게 뜨는 구나,

 

그런데 고치고 떴다가 하늘에서 또 고장나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잠깐 하고 깊은 잠에 빠져 들었나 보다. 

 

잠에서 깨어 일어나 보니 옆 좌석 창문으로 새어 나오는 빛이 수상하다. 하늘의 빛이 아니었다.

 

한참 날고 있어야 할 태평양 상공이 아니라 괌 아가나 공항 시멘트위인 것이다.

 

잠깐 잠이 들었구나 싶어 시계를 봤는데 아니 이런 일이... 

 

벌써 3시간이나 지나서 6시가 넘어 있었고 다시 보게 될 빛나는 태양은 인천에서 일줄 알았는데,

 

괌의 태양을 또 보게 된 것이다.

 

 

모두들 정신없이 자느라 항의도 못하고 그냥 그렇게 비행기에서 새우잠을 잔 승객들...

 

이제는 하나 둘씩 깼겠구나 싶은지 30분 단위로 방송을 한다.

곧 다 고치고 이륙하겠다고...

 

인천에 도착해도 차로 3시간을 달려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우리 가족들...

특히 신랑은 내일 바로 출근을 해야 하는 처지라 엄청 부담스럽고 짜증나는 상황이었다.

한참 화를 내더니 이내 조용해서 쳐다보니 다시 깊은 잠에 빠져 있다.

작은 녀석은 아빠를 베개 삼아서 수면중...

 

큰 녀석도 나의 장딴지를 베개 삼아 아무것도 모르고 꿈나라에 가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비행기 고치고 이륙을 하는 것 자체가 걱정이다.

 

여차하면 그냥 내리는 것이 생명 보존에 이롭겠다 싶은 생각에 고심하는데

 

수차례의 기장의 방송은 계속 고치고 있다고 하며 시간만 끌고 있고  이제 8시가 넘어갔다.

 

 

젠장~~~~( 격한 말투 죄송합니다. 현장의 리얼리티를 전달하기 위해서...)

 

이 시간이면 인천에 도착하고도 집에 반은 왔을 상황인데...

 

여기저기 로밍된 핸드폰으로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상황 알리느라 바쁘고  

 

스튜어디스들 또한 불려다니며 사과의 말 전하느라 분주하다.

 

 

고쳐서 뜬다고 해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겠지만 이제나 저제나 뜰려나 기대하고 있던 우리들에게

 

마지막 방송은 직격탄을 날렸다. 

 

현재 정비사, 서울 본부, 괌 이민국 담당자와 상의하여 서울에서 새 비행기가 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으니

 

일단 호텔로 다시 돌아가 기다리라는 것이다.

 

 

결국 이리하여  다시 P.I.C.호텔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가 묵었던 호텔이라서 지리를 잘 알고 있어 아침, 점심 두끼를 먹는데 다른 호텔에 묵었던 승객들처럼

 

헤매지 않고 얼른 가서 기다리지 않고 식사를 할 수 있었는데 다른 호텔에 묵었었던 승객들은 식당 찾느라 한참 헤매고 와서

 

엄청난 식당 앞 기다리는 줄에 놀라서 항의가 거셌다고 한다.

 

 

게다가 원래는 대한항공에서 객실까지 제공해 주어야 함이 원칙이나 우리가 여행을 간 기간이 봄방학 극성수기라서

 

모든 객실이 꽉 차있어 모든 승객들이 푹푹 찌는 호텔 로비에서 죽 치고 기다리는 상황이었으니 그나마 우리 가족은

 

호텔 내 에어컨 빵빵한 하나투어 사무실 소파에서 단잠을 즐길 수 있었으니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수영장 일일 이용권을 제공해서 객실을 제공하지 못하는 미안함을 무마시켜 보려는 대한항공의 노력은

 

누적된 피로에 짐까지(수영복...) 화물로 부친 우리들에겐 정말 무용지물이었다.

 

 

아침 먹으러 스카이 라이트 뷔페갔는데 P.I.C.마스코트가 있어서 기념 촬영..... 

 

점심까지 먹고 오후 4시 비행기라고 해서 호텔에서 2시에 나섰다.

아침에 모든 짐을 부쳐서인지,한차례 탑승 수속을 이미 해서인지,

빠른 수속을 하고 탑승 게이트에 모였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여기저기 피해보상하라고 난리이다.

더욱이 고장난 비행기 얼렁뚱땅 고쳐서 이륙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들이 태산이다.

우리 가족의 경우 주차장에 세워 둔 자동차 타고 가면 그만이지만 아랫녘 사는 분들은

기차나 KTX를 예매하고 온지라 집에 가는 것 자체가 걱정인 사람들이 태반이었다.

 

시상에... 새벽 3시 출발이었는데 13시간이나 지나서 떠나게 되다니...

 

간혹 텔레비젼에서 기상 악화나 기체 고장으로 딜레이되서 피해입은 승객들이 항의하는 모습을 보아도

남의 일로 치부하고 무시했었는데 나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그나마 4시에라도 뜨면 다행인데 승객들의 항의로 탑승 자체가 거부될 조짐이다.

고쳐서 겨우 이륙하는 비행기에 생명을 담보로 잡힐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 우리 아저씨 찾아 보세용~~~)

 

끝까지 항의하는 사람도 있었고 이미 호텔 객실이 만원이라 괌에서 묵을 상황도 아니라는 것을

 

인지한 사람들도 있어 서서히 보딩이 진행되었다.

 

괌 지사장의 고장난 비행기가 아닌 서울에서 새로 공수된 새 비행기가 맞다는 약속과 서울 본사의 피해보상이

 

있을거라는 말을 믿고 우리 가족도 탑승을 했다.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기에...

 

 

다행히 탑승하고 보니 구닥다리 새벽에 탔던 비행기가 아닌 서울에서 급 공수된 최신 기종이었다.

아래 사진의 시트가 장착된 최신기종인데 물론 내가 탄 이코노미 좌석은 사진과 다르다.

유럽 노선의 경우 팔백만이 넘고 뉴욕등의 미주 노선일 경우 일천만원을 육박하는 

일등석 코스모 슬리퍼시트인데 비즈니스 클래스 끊은 사람은 요기 앉아서 갔다.

이럴 줄 알았으면 50만원 더 내고 비즈니스 클래스 끊을 걸...

 

식사 역시 한단계 업그레이드 되었다.

괌 현지 새벽 3시에 떠서 인천 6시 반 도착이라 원래는 간단한 녹두죽인데 일반 기내식으로 승격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요것 맛이 별로라서 녹두죽이 더 나았을텐데....

 

아이들 식사는 미리 예약해 놓았던 햄버거와 치킨 너겟이 제공되었다.

 

 

이코노미석에서는 먹을 수 없는 치즈 케잌까지 후식으로 나오고...

 

자고 일어나 뒤늦게 햄버거로 식사를 하는 큰 아들과

이게 왠 떡이냐?  전자 오락에 엄청난 집중력을 보이는 작은 녀석의 매서운 눈초리...

(괌 노선은 단거리 노선이라 이코노미석에 개인 수신용 TV가 없는 걸로 안다.

 물론 괌 갈때도 헤드폰 잭만  제공되었는데...)

 

걱정 반 졸음 반의 기나긴 비행끝에 들리는 비행기 착륙음과 바닥과의 마찰음이 얼마나 반가웠던지...

 

드디어 저희 가족 살아 돌아왔습니다.

 

내릴때 죄송하다고 1인당 봉투에 5만원과 국내 항공권 할인 티켓 5만원을 주었다.

올해 어쩔수 없이 제주도를 가야 되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도래했도다.~~~~`

  

비행기에서 우리를 취재하러 방송국에서 나왔을지도 모른다고 우스개 소리를 했는데

 

행여 있을 방송국 셔터 세례를 의식하고 얼굴 가릴 채비를 했지만 그 많은 승객중 어느 누구도 

 

방송국에 제보하지 않았나 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동영상 방송국에 보낼까부다.~~~ ^ ^

  

반가운 영종대교...

너 오늘 못 보는 줄 알았다.~~~

  

집에 도착하니 겨우 12시 안에 돌아왔네요. 3분 남겨 놓은 11시 57분이었습니다. ^ ^

 

저희 가족의 힘겨웠던(?) 여행기 함께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