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 서유럽 약국 탈출기

풍차와 홍등가의 미묘한 조화 암스테르담....(1997.03.30~04.01)

청주댁 2005. 10. 24. 08:51

 

 

마지막 여행지 네델란드 암스테르담에 도착했다.

 

호텔에 가기 전 치즈공장에 방문하니 우리외에도 네덜란드 현지인이 아닌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

 

이 관광버스를 타고 와서 치즈를 시식하고 기념품으로 액세사리와 치즈를 사간다.

 

 

우리가  보통 아는 치즈는 노란 슬라이스 치즈와 피자에 사용하는 모짜렐라 치즈,크림치즈 정도

 

지만( 그 당시에는 나도 크림치즈 못 먹어 봤다.) 이곳에서 보니 치즈에 각각 햄, 야채,마늘을 넣

 

고 꿀을 넣어 만든 허니 치즈, 살사소스를 넣어 만든 매운 치즈등 그 종류가 내가 시식한 것만 해

 

도 30여 가지가 넘을 정도로 다양했다.

 

그 중 입맛에 맞는 몇가지를 한덩어리씩 샀는데 크기는 성인 남자 주먹 하나 크기지만 제법 무게

 

가 나가고 몇개가 모이다 보니 귀국할때 무거워서 진땀 흘렸다.

 

 

호텔에 도착해 짐을 풀고 민호와 근처 마을을 둘러 보기로 했다.

 

독일 라인강에 있던 집들처럼 이곳 역시 집이 참 예뻤다. 색만 다를 뿐이지 어쩜 이렇게 아담하고

 

예쁘게 집을 이웃과 똑같이 지었나 싶었다. 그리고 하나같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모양만 축소하

 

면 장남감 미니어쳐로 생각될 정도로 아담하고 벽돌색 또한 얼마나 이쁘던지............

 

 

다행이 다음날 중앙역 앞에서 마그네틱 미니어쳐 이쁜 것 많이 파는 샵이 있어 집 모양도 10개,

 

꽃바구니 모양도 10개, 나막신도 종류별로 10개 왕창 골랐는데 뭔 상점이 아멕스와 비자 카드 밖

 

에 안 받는단다. 내꺼는 삼성 마스타 카드라 정말 눈물을 머금고 주머니 속 현금 털털 터니 오직 3

 

개 값밖에 안 됐다. 귀국때 공항 면세점에 가니 가격도 2배이고 그날 본 것만큼 모양이 이쁘질 않

 

아 그날 못 산 것이니 천추의 한이 되어 다음에 꼭 다시 와서 왕창 사리라고 다짐했던 기억을 떠

 

올리니 웃음이 나온다.

 

 

다음 날 중앙역 앞에서 산  마그네틱(자석) 미니어쳐

 

실제 집들이 맨 오른쪽의 집 마그네틱하고  똑같이 생겼다.

풍차 날개는 큰 아들 하나 작은 아들 하나 골고루 깨뜨려 놨다.

 

치즈공장에서 사온 나막신 미니어쳐

 

풍차 미니어쳐와 나막신 열쇠고리

 

이사올때 받침 있는 작은 커피잔을 포장이사 아저씨가 깨버렸다. 흑흑......

 

내 보물 1호 거실 장식장 안에 추억을 담아서

 

치즈공장에서 ( 저 덩어리를 6개인가 7개 갖고 왔으니 나도 참 대단하다.)

 

마을 투어 중 까페 앞 메뉴판에서

 

 

저녁식사는 멋있는 레스토랑에서 네덜란드 민속 공연을 보면서 먹었다.

식사를 마칠 무렵 무대에서 함께 할 사람을 구하길래 얼른 나가 민속춤도 추고 작은 연극도 했다.

 

공연

 

기념촬영

 

 

 

 

 

다음날 아침,

 

암스테르담 병원에서 기브스 신세로 귀국 못할 뻔한 희대의 싸이클 사건!!!!

 

 

개인 각각 1대씩 자전거가 주어 졌다. 호텔 주변 공원으로 하이킹을 가잔다.

 

자전거라면 초등학교 4학년때 부터 타던 실력이 아닌가? 아무 거리낌없이 올라 탔다.

 

50명이 한꺼번에 자전거로 이동하니 대부대였다. 사진 찍기 좋아하는 인종들끼리(한국+일본)

 

사진 찍어가며 쫓아가자니 그것도 일이었다. 무리중에 가장 뒤쳐져 따라가다 내리막길 아래 왼쪽

 

에 있는 일행한테 가려고 속도를 줄이는데 이게 웬일인가? 브레이크가 듣질 않는다.

 

 

오르막길,아니 평지였으면 그렇게 당황하지는 않았을 텐데 그야말로 내리막길이어서 순간 이러

 

다 죽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퍼득 스쳤다. 나도 모르게  "Don't   stop"을 외쳤고 놀란 가이드와

 

남자 아이들이 쫓아 왔다.

 

다리도 두개나 건너고 계속 가는데 아무리 손으로 브레이크를 잡으려 해도 장치가 없다.

 

쫓아온 가이드가 아마 페달을 뒤로 회전시키라고 한 것 같다. 그래서 겨우 속도를 줄여 자전거를

 

세웠고 무사히 일행에게 돌아갈 수 있었다.

 

 

손잡이에 브레이크가 없는 자전거가 있는 것을 그날 처음 알았다. 왕년에 두 손 놓고 타던 실력인

 

데 자전거에 대한 무지로 그날 정말 섬뜩했다. 하도 오래전 기억이라  페달을 거꾸로 회전시켜

 

멈춘 것 같은데 우리나라에도 그런 자전거가 있나 궁금하다.

 

 

이 사진 찍다 귀국 못 할뻔 함

 

마끼꼬와 함께

 

 

중앙역 부근이 번화가라 하여 친구들과 갔다.

 

전차가 레일위를 달리는게 아니라  금속 두줄을 따라 가고 전차 위로 전선들이 복잡하게 있는데

서울 지하철과 달라  특이하게 보였다.

 

 

 

 

일행과 만났는데 두 코스 중 선택하란다.

 

고흐 미술관에 가던지 다이아몬드 전시관에 가던지,

 

결혼 전이라 웬지 보석에 관심이 끌려 다이아몬드 전시관에 갔으나 알고 보니 판매도 겸한 곳인

 

데 귀국하다 세관에 잡힐 일 있나 구경만 실컷 하고 나오니 바로 앞의 공원에 엽서와 그림을

 

파는 곳이 있어 고흐의 그림을 샀다.

 

 

구겨지지 않게 통에 넣었는데 따로 구입해야 한다.

 

 

이렇게 고이 모셔와 집에 와서 표고!!!

 

볼때마다 흐뭇해요!!!

 

 

 

Canal boat,

 

말 그대로 운하를 배 타고 유람하며 암스테르담 시내를 관광하는 건데 boat란 것이 저수지 가면

있는 오리,백조(페달로 가는 보트)이기 때문데  여자들은 힘들다고 남자들과 꼭 같이 타야 한다며

골고루 분배를 해서 아주 재미있더군요.

 

보트 타고 내려서 안나의 집에 갔는데 줄이 너무 길어 밖에서 집만 구경하고 그냥 왔답니다.

 

 

호텔에서 저녁 식사후 마지막 옵션 환타지 쇼가 있어 암스테르담 시내로 다시 나왔는데 무슨 시

 

내가 이리 골목길에 자리잡고 있는지 이상하다 싶었는데 드디어 도착한 곳은 하천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상점과 붉은 등이 가득한 이른바 홍등가 였습니다.

 

 

뭔지도 모르고 그저 프랑스 파리에서 본 비바쇼 비슷한 건 줄 알고 따라 왔다 난생 처음 Sex 용품

 

상점에 가서 해괴망측한 물건(?)도 구경하고 새디스트들 사용하는 가죽 채찍도 구경하고 머리부

 

터 발끝까지 검정 가죽옷으로 중요 부분만 가린 채 손에 채찍을 들고 남자 고객을 유혹하는 금발

 

녀도 보았으니 정말 희안한 세상을 다녀왔당께요.

 

 

하이라이트는 환타지쇼 한다고 갔는데 우리나라 옛날 소극장 같은 곳에서 정말 성인남녀가 나와

 

실제 그것(?)을 해서 정말 놀랬습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커플로 보이는 손님을 무대로 끌어내

 

어 판을 벌려 주는데 민망한지 Kiss만 하다 내려 오더군요.

 

너무 당황해서 일어나 밖으로 나오려고 커튼을 제치려고 하니 험상궂은 직원이 못나가게 막는데

 

마치 포주같아 무서워서 울었고 일본아이들이 다독거려 주어 결국 의자에 앉아 볼 건 다 봤네요. 

 

 

놀라운 건 태국에 여행가면 맛사지 받고 오는게 일반 상식이듯 네덜란드라는 나라에 오면 이곳이

 

일반적인 관광코스라 하니 정말 할말이 없었습니다. 국내 팩키지 여행에도 포함사항인지는 알수

 

없으나 아이들과 함께 가면 조심해야겠다 싶었고 게다가 귀국 후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Sex 박물

 

관이 암스테르담 시내에 따로 있다 하니 이 나라의 문화에 대해 내가 이렇다 저렇다 언급을 피하

 

더라도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곳 영원히 안 생겼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날 아침,

 

일행들은 벨기에를 거쳐 영국으로 다시 들어가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귀국하는 일정인데 저만 유

 

독 네덜란드에서 떠나는 일정이라 부득이 일행과 작별을 하게 되었습니다.

 

25일 정도의 여정이었는데 그새 정이 들어서 헤어지기 전 아침 먹을때부터 기분이 울적하더니

 

가방 들고 밖으로 나오니 눈물이 글썽글썽 맺히더라구요.

 

 

울기 시작!!!

 

일본 아이들과 함께

 

민호와 메구미, 마끼꼬, 치쿠미, 나

 

룸메이트 아즈꼬

 

 

 

콜택시 불러 공항에 가서 수속 밟고 면세점 구경하는데 모자 쓰고 등산 잠바 입고 10명 가량 몰려

 

다니시는 한국인 아줌마들을 보니 왜 그렇게 반갑던지,

 

의자에 앉아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나누는데 아뿔싸!!

 

이분들은 직행이란다. 난 싱가폴로 한참 내려 갔다 다시 한국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시간도 12~14시간 밖에 안 걸린다고 하신 것 같은데 난 영국 올때와 마찬가지로 24시간 넘게 걸

 

려 귀국을 해야 되니 정말 아줌마들 트렁크에 구겨 넣어져서라도 KAL기를 타고 싶었다.

 

 

그래도 씩씩하게 24시간 이상을 비행하고 대기해 가며 김포에 도착하니 아빠가 입국장에 동생과

 

마중 나와 계셔서 얼마나 기뻤던지,  

 

 

근 한달을 8년 전 기억과 더불어 살았는데 마치 어제 일인 것처럼 생생하게 생각나서 글 쓰기가

 

생각보다 수월했다. 과거에 얽매여 사는 삶이 결코 좋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힘들게 벌은 돈

 

으로 혼자 비행기 타고 이국 땅에 내려 장장(?) 이틀이나 혼자 런던을 싸돌아 다니고 여러 외국

 

인들과 어울려 한글도 가르쳐 주고 그들의 문화를 배워가며 보낸 25일이 다소 고생스러웠다 하더

 

라도 분명 내 삶 중 커다란 부분을 차지한다고 굳게 믿는다.

 

 

영어도 잘 못하는 상황에 편한 국내 팩키지로 가지 않고 다국적 여행을 택한 그 무모한 용기로 무

 

엇이든지 도전하며 살고자 한다.

 

18~34세 가능한 여행이었으니 내 나이 올해 34살, 그때 겁난다고 포기했다면 내 생애 결코 체험

 

할 수 없는 여정이었다.

 

일본 아이들하고는 귀국 후 내 결혼식 사진도 보내주고 근 2년 정도는 계속 연락을 하다가 연락이

 

끊겼는데 이제 서서히 그들의 자취를 찾아 보려 한다.

 

찾게 되면 무척 반가울 것 같다. 그들도 나처럼 반가울까?

 

 

런던에서 암스테르담까지 읽어 주신 여러분들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