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한 곳에 정착하고 싶었는데...
10년도 더 지난 1994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겁도 없이 그해 6월 약국을 개업했다. 무슨 배짱이었는지 대학병원 약제실에 있다가 내 길이 아니다 싶어 마침 집 근처 선배가 하던 약국이 출산때문에 매물로 나온지라 지르는 성격을 발휘하여 얼른 인수를 해 버렸다. 무슨 놈의 자존심과 생활력인지 아빠께 달라지도 않고 떡하니 은행에 면허증 넣고 생애 처음으로 대출받아 보증금 1000만원, 권리금 1000만원을 지불하고 아침 9시부터 저녁10시까지 젊은 혈기를 꽁꽁 묶어둔 채 한 4년을 그렇게 약국에만 갇혀 살았다. 나를 믿고서 근처 약국을 가지 않고 일부러 내려와 약을 지어 가시던 주민들, 그때는 그분들의 고마움을 미쳐 깨닫지 못하다가 요즘 그 근처를 지나노라면 일부러 아파트단지 앞의 동네약국을 지나쳐서 10..